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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의 시대가 오고 있다치료실에서 하고 싶은 말들 2023. 1. 25. 23:59
피부질환 환자를 보면 볼수록 곰팡이(진균과 곰팡이는 같은 말입니다. 진균은 세균이 아닙니다.)질환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예전에는 곰팡이성 피부질환이라고는 무좀 정도만 고려대상이었습니다. 지금은 지루두피염, 진균성 모낭염(피티로스포룸), 진균성 여드름, 사타구니 백선(완선), 족부 무좀, 손발톱 무좀, 손습진, 어루러기, 체부 백선, 반려동물에게서 옮은 링웜, 질, 외음부나 항문, 구강, 장 점막층의 칸디다증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곰팡이성 피부질환입니다. 이번 글에는 각각의 피부질환 보다는 왜 요즘 진균성 피부질환이 많이 생기는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면역 저하시 제일 먼저 발생하는 곰팡이
학교 다닐 때 생물시간에 생태계에는 생산자, 소비자, 그리고 분해자가 있다고 배웠습니다. 분해자의 역할은 생물체가 죽으면 그 사체를 분해해서 유기물의 순환을 돕는다고 했습니다. 분해자의 대표적인 미생물 중 하나는 곰팡이입니다. 즉 생물체가 죽으면 바로 발생 증식하는 것이 곰팡이입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곰팡이가 생기고 증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면역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면역력이 무너지면 바로 곰팡이가 우세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로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환자들의 합병증에는 칸디다증과 같은 진균증이 구강, 식도, 기관지, 질과 외음부, 장벽에 무차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인의 경우에도 진균증이 잘 생기는 부위가 면역세포가 잘 갈 수 없는 발끝 피부, 손끝 피부, 손톱발톱, 두피 등에 발생하는 것도 관련있습니다. 노인이 되면 곰팡이성 피부질환이 잘 생기는 것도 관련있습니다. (습한 환경의 부위보다는 면역세포가 잘 갈 수 없는 말단 피부층에 잘 생깁니다.)
당소비가 넘치는 시대
곰팡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당'입니다. 당을 에너지원으로 유기산, 알코올 등으로 분해시키는 것이 곰팡이입니다. 곡물에 누룩곰팡이와 같은 이스트균(효모균)을 넣으면 술이 되고 식초가 되는 발효현상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즉, 당이 높아지면 효모균의 일종인 칸디다증이 잘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것이 당뇨 환자에게는 칸디다 질염과 같은 진균증이 많아지는 이유입니다. (칸디다 질염도 치즈덩어리같은 분비물이 특징인데 효모균의 당대사 부산물의 형태로 봐야합니다.) 수제 맥주가 발효가 되면서 맥주 표면에 허옇게 끼는 발효물을 보게 되는데 가끔 피부질환에서도 비슷한 물질이 피부에 끼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 또한 진균 때문일 것이라고 봅니다. 과거의 어느 때보다 설탕, 액상과당, 밀가루 등 당의 소비가 엄청난 오늘날의 상황은 혈당도 쉽게 높아질 수 있고 이러한 당점액질이 점막을 통해 피부의 상처를 통해 흘러나온다면 진균에게는 너무나 먹을거리가 넘쳐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대표적인 곰팡이균 Candida albicans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andida_albicans) 항생제와 스테로이드가 풍족한 시대
요즘은 조금만 피부에 뭐가 생겨도 '후시딘'과 같은 항생연고를 바르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곰팡이성 질환이 있다면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면역을 억제시켜서 염증반응을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곰팡이와 같은 감염성 질환이 있을 때에는 감염원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염증반응을 낮춘 상태에서 감염원이 커지고 진행되는 것이라 잠재성 감염이라는 표현을 합니다. 스테로이드 연고의 주의사항 첫번째에 해당됩니다.) 항생연고는 세균을 제거하는 연고입니다. 세균과 곰팡이는 경쟁관계입니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플레밍이 푸른 곰팡이에서 얻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항생연고를 가지고 세균을 제거하면 곰팡이 입장에서는 경쟁자를 제거한 것이기 때문에 더 번식이 쉬워질 수 있습니다.
곰팡이 진균성 질환이 있다면 항진균제 무좀약 바르면 되는 것 아닌가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곰팡이가 아닙니다. 군대 때 생긴 무좀을 늙어서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고 저는 농담삼아 '지구가 멸망해도 곰팡이는 살아남을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할 정도입니다. 항진균연고가 곰팡이의 증식을 막는 경우가 다수이고 직접 죽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항진균연고는 증상이 없어진 후 2주 이상 더 발라야하고, 먹는 항진균제는 매우 독해서 간문제의 위험성도 있지만 꾸준히 드셔야하는 약입니다. 그래서 곰팡이 질환이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당관리 철저하게 하고 약물의 오남용을 막는 것이 곰팡이를 이길 수 있는데 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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