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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포진인지 무좀인지치료실에서 하고 싶은 말들 2023. 1. 29. 17:42
예전에는 손습진의 대명사는 주부습진이었는데 요즘은 한포진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발도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무좀이 대부분이었다고 하면 지금은 한포진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발에 생기는 피부염 중 수포가 생기고 가렵다면 다 한포진인지 혹시 무좀은 아닌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포진
한포진의 증상은 다양하지만 주로 손바닥이나 발바닥의 바닥과 등의 경계부위가 가렵고 정신없이 긁다보면 스펀지 단면처럼 잘잘한 수포가 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시원하게 한번 긁고 그만 긁을 수 있으면 좋은데 사실 한번 손대면 멈추기가 어렵습니다. 더 긁으면 수포가 더 커지거나 수포가 터지게 됩니다. 터진 수포에서 진물이 나오고 심하면 피도 나는데 이쯤 되어야 아프고 따갑기 때문에 가려움이 좀 덜하다고 느껴집니다. 진물이 나온 후에는 건조함과 각질, 갈라짐이 이어지고 좀 아물었다 싶으면 다시 가렵고 수포가 발생하는 패턴으로 반복됩니다. 보통 심하신 분들은 5일~1주일 간격으로 반복이 됩니다. 대부분 스테로이드 연고(손발 부위는 꽤 등급이 높은 강한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합니다.)를 사용하는데 쓸 때는 좀 괜찮지만 안 쓰면 다시 나빠지는 패턴으로 고생합니다. (물론 긁어 만드는 찰상과 이차감염을 막아주는 의미는 충분히 있습니다.) 한포진의 원인은 피부 외부적 요인보다는 내부 전신적 면역요인이 더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술먹거나, 잠을 못 자거나, 면역이 떨어지거나, 외식이나 매식을 많이 하면 더 악화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무좀
무좀은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아버지들의 발에서, 군대 동기들의 발에서 본 적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무좀 대표적 증상은 발가락 사이에 갈라지고 찢어지고 허옇게 불기도 하고 벗겨지기도 합니다. 식초 같은 불쾌한 냄새도 나고 가려워서 일에 집중하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무좀은 곰팡이균의 감염입니다. 주로 실처럼 생긴 사상균이 무좀균의 원인이 됩니다. 대표적인 곰팡이 진균는 Trichophyton rubrum입니다. 이들은 죽은 피부인 각질의 케라틴을 먹고 삽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서 테두리가 명확하게 번지는 형태를 보이는데 산불번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케라틴을 분해하는 효소를 분비하는데 이것이 가려움을 유발시킵니다. 가려움은 피부를 손상시켜서 더 깊이 더 넓게 퍼질 수 있도록 하고 긁은 손과 손톱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를 손대면 그 부위로의 곰팡이의 전파를 가능하게 합니다. 케라틴은 피부 뿐만 아니라 손발톱, 머리카락에도 있기 때문에 무좀을 포함한 이러한 곰팡이 감염을 '백선'이라고 부릅니다. 무좀의 증상은 앞에서 언급한 흔한 증상인 발가락 사이의 지간형 이외에도 발뒤꿈치나 발바닥 전체에 두껍게 각질이 생기면서 갈라지고 찢어지는 각화형, 발바닥이나 측면에 매우 가려우면서 물집이 생기는 수포형도 있습니다. 이 수포형이 한포진과 헷갈리기 쉽습니다. 곰팡이가 내뱉는 케라틴을 분해하는 효소에 의해서 각질층이 들뜨게 되면 그 사이에 조직액이 차면서 수포가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각화형과 수포형을 보여주는 무좀의 형태 (출처 https://www.mayoclinic.org/diseases-conditions/athletes-foot/symptoms-causes/syc-20353841) 한포진과 무좀의 복합적 상황
한포진도 그렇고 무좀도 그렇고 둘 다 치료가 간단한 피부질환이 아닙니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장기간 치료나 또는 완전히 낫기 전에 그만둔 경우가 반복되다 보면 한포진과 무좀이 둘다 있는 복합적인 피부질환이 되기도 합니다. 처음에 곰팡이균 감염이 없다고 하더라고 자꾸 긁어서 각질을 약하게 만들고 상처로 진물이 나오면 곰팡이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스테로이드연고 역시 곰팡이균 증식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이야기했던 한포진을 심하게 만드는 면역저하, 피로, 부적절한 식이상황 역시 그 부위의 피부뿐만 아니라 다른 피부나 장, 질 등의 점막층의 곰팡이균의 증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른 부위의 곰팡이균의 증식은 한포진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피부표면의 곰팡이는 아니라도 장이나 질 등의 점막층에 사는 칸디다균 등의 독소나 포자가 이동하여 피부에 영향을 주는 것을 이드작용(Id reaction)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포진이 있을 때 다른 손발이나 두피, 장이나 질에 곰팡이성 질환이 있으면 치료해주셔야 합니다.
정확한 진단은 전문가에 의해서 이루어져야하지만 꼼꼼하게 알고 관리하는 것은 환자의 몫이기 때문에 한포진에 있어서 곰팡이 진균의 감염 가능성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곰팡이 감염을 확인해보는 간단한 방법에는 약국에서 라미실(사상균 형태의 무좀균에 특화되어있습니다.)이나 카네스텐(좀 더 넓은 범위의 진균에 도움이 됩니다.)을 사서 1주일 정도 열심히 발랐을 때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줄어든다면 곰팡이 감염의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물론 일시적 가려움증가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한포진이나 진균이 있을 때 저희 한의원에서 강조하는 관리법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 물을 최대한 적게 닿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에 젖은 상태를 오래두는 것은 곰팡이에게는 증식을, 피부장벽에는 약화를 가져옵니다. (물에 불리는 때가 잘 벗겨지는 원리) 피부가 튼튼한 분은 괜찮을 수 있으나 피부장벽이 약한 분은 피부 밖의 수분은 도움이 안 됩니다. 땀이 나거나 씻은 후에는 꼭 수건으로 잘 닦고 드라이로 꼼꼼하게 말려주셔야 합니다.
- 가려움이 심할 때는 드라이 온풍으로 장시간 말려주시면 좋습니다. 가려움 신호가 온풍의 온도감각으로 교란되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온풍에 의한 혈관 확장은 각질층 바로 아래까지 영영 공급과 면역세포 이동이 수월해져서 피부재생이 좋아지고 오히려 장기적으로 덜 건조하고 곰팡이 증식을 막고, 알레르기나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빨리 제거할 수 있게 됩니다.
- 드라이 후에는 꼭 바세린과 같은 수분증발을 막고 들뜬 각질을 막는 보습제를 발라줘야합니다.
- 잦은 비누질, 손소독제, 세제 등은 피부의 유분막을 없애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피부장벽을 손상시켜 감염에 더 취약하게 만듭니다. 손, 발은 순한 약산성비누로 가볍고 부드럽게 해주셔야합니다. 심한 환자분들은 샴푸나 바디워시할 때도 비닐장갑이나 니트릴 장갑 끼고 하도록 합니다.
- 알코올과 같은 소독제는 피지막을 제거해서 피부장벽을 약하게 만듭니다. 소독이 필요한 부위는 포비돈 요오드를 사용합니다.
- 항진균연고(카네스텐, 라미실)가 효과가 있을 때에는 절대 썼다 안 썼다 하지 마시고 꾸준하게 증상이 사라지거나 더이상 줄지 않은 그 후 2주 더 사용하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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