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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에 땀내는 것이 좋은 것인가요?치료실에서 하고 싶은 말들 2023. 2. 1. 13:38
여드름에 대한 유명한(?) 말 중 '날 놈은 나고 안 날 놈은 안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로 얼굴에 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고 손도 자꾸 가게 됩니다. 사춘기 여드름은 그래도 젊음의 상징이라도 되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생기는 여드름은 매우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됩니다. 여드름도 잘잘한 좁쌀여드름부터 땡땡하게 아프고 딱딱해지는 왕여드름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오늘은 첫 번째로 여드름이 생기는 기전과 그 기전 중 모공이 막히는 경우에 대해서만 살펴보겠습니다. 왜 한의원에서는 여드름에 땀을 내라고 하는지 어떠한 상황에 필요한 것인지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여드름의 기전
여드름은 모낭염의 일종입니다. 모낭은 털이 자라는 곳으로 깊은 곳에는 털의 뿌리가 되는 모근이 있고 피부 쪽 모공으로 자라게 되는데 털이 자라는 통로 옆에 피지샘이 있습니다. 이 피지샘에서 피지라는 기름이 털 쪽으로 분비가 되는데 털을 보호, 윤기 나게 하는 천연 트리트먼트 역할을 합니다. 자라는 털과 함께 피부 밖으로 나와서 피부로 얇게 퍼지면 수분 증발을 막아 건조함을 막고 피부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모공이 막혀서 피지가 배출되지 못하거나, 적절하게 나오던 피지량이 갑자기 너무 많아지면 모공 속에서 덩어리(면포)를 형성하고 이러한 덩어리를 좋아하는 피부상재균이 모공 속으로 들어와서 과증식하고, 손을 자꾸 대면 균도 균이지만 피부겉층보다는 얇은 모공 내 피부층이 터져서 모공 속에서 균에 대한 염증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여드름입니다.
여드름 발생기전 (출처 logika600 / Shutterstock) 모공이 막히는 경우 1 - 피지, 먼지로 모공이 막힘
많은 피부질환은 원인도 모르는 염증도 많은데 여드름은 기전도 간단하고 명확하기 때문에 치료가 간단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는 쉽지는 않습니다. 우선 이 시간에는 가장 직관적인 모공이 막히는 경우만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생각하기 쉬운 모공이 막히는 경우는 각질이 잘 탈락하지 못하고 먼지, 피지 등과 함께 뒹굴면서 모공을 막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소를 잘 안 한 방구석 모서리에 먼지뭉치가 있는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특히 화장을 많이 하시는 분들은 화장품의 성분이 모공을 막게 됩니다. 그 중 컨실러나 리퀴드(액체형) 파운데이션, 끈적거리는 선블록을 잘 쓰시는 분들은 더 모공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여드름을 가리려고 사용한 것들이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화장을 한 상태에서 열이 오를 수 있는 운동, 술이나 매운 음식을 먹거나, 장시간 잠도 못 자고 피곤해지거나 등등의 피지, 개기름이 폭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최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피지량 과분비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다루겠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세안을 꼼꼼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만성여드름 가진 분들치고 세안을 꼼꼼하게 안 하시는 분들은 별로 없습니다. 꼼꼼하지 않은 세안만이 문제라면 노숙자나 옛날 사람들은 여드름 천지여야겠죠.
모공이 막히는 경우 2 - 각질의 과증식
두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은 각질의 과증식입니다. 사춘기 남자애들의 거칠고 질긴 피부와 폭발하는 개기름, 특유의 기름 산패되는 냄새를 생각하면 됩니다. 특히나 남성호르몬은 각질을 증식시키고 피부를 질기게 만듭니다. 또한 피지량도 증가시키기 때문에 여드름에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도 남성호르몬이 안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사춘기 여성 역시 남성호르몬도 증가합니다.) 그런데 남성호르몬은 생식샘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필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에서 발생합니다. (https://jwonk96.tistory.com/entry/cushing) 그래서 사춘기가 아닌 성인분들도 잠도 못 자고 스트레스받으면 피부가 거칠어지고 칙칙해지면서 여드름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과증식 된 각질을 제거하는 치료법은 레이저나 화학적(AHA BHA) 물리적(스크럽) 방법을 통한 필링(peeling)이 있습니다. 그러면 마치 때 벗긴 피부처럼 부들부들해지고 피지배출이 쉬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안과 필링은 피부의 각질층에 강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너무 빈번하게 강하게 이루어지면 접촉성피부염이나 지루피부염 등 민감성 피부가 될 수 도 있습니다.
모공이 막히는 경우 3 - 피부 혈류량 감소
또 다른 상황은 피부로의 혈류량이 적어서 피부 모공 자체도 수축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여성 분들 중 운동량 활동량이 적고 식사량도 적고 간단한 간식 정도만 먹고 약간의 빈혈기가 있는 분들이 여기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상체질적으로는 소음인이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소음인도 한번 이야기해야겠네요) 땀 흘린 기억이 언제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되는 분들도 점점 이런 패턴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에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고 혈액량도 충분하지 않으면 몸에서는 덜 필요한 부분은 그 기능을 최소한으로 줄이게 됩니다. 피부는 열손실도 쉬운 부분이라 쉽게 혈류량을 줄이는 부분인데 피부 쪽으로 혈류가 줄면 땀도 잘 안 나고 건조하면서 각질이 있고, 모공도 수축한 상태가 지속됩니다. (겨울철 피부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대부분 피지량도 같이 줄지만 이런 분들이 단순당 위주의 간식을 즐기면, 스트레스와 고민으로 잠도 못 자면, 평소 안 하던 운동이나 반신욕 사우나를 잘못하면 열과 피지량만 늘고 땀은 안 나는 상황이 될 수 있는데 이 때 폭발한 피지에 의해서 좁쌀여드름 형태로 잘잘하게 발생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사실 치료가 가장 어려울 수 있는 패턴인데 이런 분들이 과한 세안 필링을 하면 혈류부족으로 쉽게 상처회복이 안되고 잘잘한 농포가 생기는 감염이 발생하거나 민감성피부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은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또는 반신욕으로 에너지를 늘리고 땀을 내는 상황을 만드셔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한의원에서 말하는 땀내야하는 여드름 치료법입니다. 절대 처음에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강도를 높여서 지치지 않고 피지의 폭발보다 땀이 먼저 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은 글 한편으로 여드름을 다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해야할 말이 너무 많아서 1/3도 못하고 나눠야겠습니다. 여드름이 생기는 기전 중 가장 직관적이고 단순해 보이는 모공이 막히는 상황만 봐도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 분의 생활 패턴(화장스타일, 세안법, 운동량, 수면량, 스트레스정도 등등), 체질적인 면(땀은 잘 나는지, 열이 많은지, 소화기는 어떤지) 등을 다 고려해야만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한의원에서 여드름 치료법으로 많이 언급하는 발한법(發汗)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땀내는 것이 좋다고 선블록이나 진하게 화장을 하고 땀을 내려고 하는 짓을 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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