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개기름 폭발이 곧 여드름
    치료실에서 하고 싶은 말들 2023. 2. 12. 01:07

    여드름은 늘어난 피지가 모공을 통해서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해 모공 내에서 덩어리 면포를 형성하고, 그 피지를 좋아하는 균들이 과증식하면서 생긴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모공이 막혀서 피지가 배출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도 살펴봤고(https://jwonk96.tistory.com/entry/acnes), 피지를 먹이로 해서 모공 속에서 과증식한 여드름균에 대해서도 살펴봤습니다.(https://jwonk96.tistory.com/entry/pacnes) 이번에는 왜 갑자기 피지량이 확 늘어서 여드름이 생성되는 상황을 유발하는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피지 폭발 = 남성호르몬의 폭발

    피지 분비량이 느는 것은 남성호르몬과 관련이 많습니다. 사춘기 남자애들을 보면 얼굴이 번들번들하고 얼굴 뿐만 아니라 가슴 등에도 여드름이 생기고 피부는 칙칙하게 안 씻은 것 같고 퀴퀴한 냄새도 나는데 이것이 바로 남성 호르몬, 안드로겐의 작용이라고 보면 됩니다. 남성 호르몬은 피지량을 증가시키고 각질도 증가시키기 때문에 모공은 각질로 막히고 피지는 덩어리를 형성하기 쉽습니다.

     

    피지량 증가
    피지량 증가로 인한 여드름 발생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cne)

    남성호르몬? 전 여자인데요.

    반면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피지량도 줄이고 피부를 부드럽게 만드는 작용을 합니다. 그런데 사춘기 여자애들도 여드름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남성 호르몬 안드로겐도 같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조금 깊은 이야기이지만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은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전구체로 안드로겐이 변형되어 에스트로겐으로 분비가 됩니다. 그러므로 사춘기 여자애들 역시 에스트로겐 대비 상대적인 양은 줄더라도 안드로겐의 절대적인 양은 늘게 됩니다. 요즘 생리불순, 불임, 비만, 다모증을 유발하는 대표적 질환 중 하나인 다낭성 난소증후군(PCOS)은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난소에서 남성호르몬 안드로겐의 분비가 늘어나는 질환입니다. 이 다낭성 난소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에도 여드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배란기 이후에는 에스트로겐보다 프로게스테론의 수치가 더 높아지는데 프로게스테론은 안드로겐처럼 피지량을 증가시킵니다. 그래서 배란기 이후 생리전으로 해서 여드름이 많이 나는 것은 프로게스테론의 영향이 있습니다. 여드름이 심한 경우 여드름약으로 피임약을 처방하는 경우는 에스트로겐을 충분히 넣어주거나 여성호르몬의 정상화를 통한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사춘기도 다 지났는데 아직도 여드름이.

    사춘기에는 남성 호르몬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왜 사춘기가 한참 지난 성인이 되어서도 여드름이 생기는 것일까요? 이것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미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과 함께 안드로겐(DHEA)이 방출된다는 글을 쓴 적 있습니다. (https://jwonk96.tistory.com/entry/cushing) 이 상황은 남녀가 상관이 없습니다. 남자의 경우에는 남성 호르몬 과도한 체질을 가진 분들이 스트레스 상황에 더 심해질 수 있고 여성의 경우에는 생리 전과 스트레스가 겹치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먹는 것과는 상관이 없을까요?

    스트레스 호르몬은 당장의 에너지를 위해서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입니다. 혈당을 높이기 위한 식욕도 폭발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으면 단거, 기름진 거, 자극적인 것을 찾게 만듭니다. 높아진 혈당은 인슐린에 의해서 저장이 되어야 하는데 사실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솔은 저장보다는 고혈당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기 때문에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인슐린 저항성은 원인 불명의 다양한 염증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특히 여드름을 유발하는 다낭성 난소증후군(PCOS)의 주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높아진 혈당은 중성지방으로 저장되게 되는데 피지의 주성분이 중성지방입니다. 결국 스트레스와 식욕과 혈당과 중성지방과 피지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먹는 것과 상관없을 수 없습니다. 여성의 경우 생리 전 식욕 폭발도 프로게스테론과 더불어 여드름 악화의 원인이 됩니다. (꼭 초콜릿, 사탕, 단 커피 등이 당기게 됩니다.)

    또한 피지 생성은 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여름에 씻고 돌아서면 번들거리는 것이 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땀으로 많이 씻겨나가기 때문에 피지가 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음식 중에서도 매운 것, 자극적인 것, 뜨거운 것, 고열량음식을 자주 먹는 것도 얼굴의 열을 올리게 합니다. 

    헬스장에서 단백질 보충제를 많이 드시는 분들 중 얼굴이나 등에 여드름이 느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과도한 단백질은 근육을 만드는 것 이외에도 피부 각질세포의 분화도 촉진하기 때문에 각질 과생성으로 모공을 막고 열과 염증을 유발하고 피지량을 늘리기도 합니다. 

    결국 마찬가지로 피지량을 줄이기 위해서 고열량 음식, 자극적 음식, 단순당 음식, 고단백 음식을 피하고 비타민, 미네랄, 효소가 살아있는 야채, 채소, 과일, 베리류, 씨앗류, 식물성 단백질 식단이 중요한 것입니다. 

     

    피지억제제 먹으면 되겠네요

    피지의 폭발이 원인이라면 피지억제해주는 약을 먹으면 해결되겠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실지로 '**큐탄'이라는 약을 드시는 분들도 많고 효과를 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이라는 비타민 A유도체 성분을 활용한 약인데 비타민 A 유도체 성분이라니까 영양제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원래는 항암제로 개발되던 약으로 비타민 A 유도체인 레티노산이 세포 DNA와 결합하여 세포자멸사를 유발하는 것을 활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세포자멸사 기능을 피지선에 작용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태아를 만들고 있는 임산부나 임신예정자는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되는 약입니다. 심지어 이소트레티노인을 처음 여드름약을 활용한 미국에서는 이제는 여드름약으로 이소트레티노인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매우 중증의 여드름 환자에게는 전문가의 관리하에서 복용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효과를 위해서는 장기간 복용이 요구되기도 하고, 장기간 복용에는 피지가 주는 순기능(피부보호, 보습, 항균작용 등)이 떨어지면서 안구건조증, 피부건조증, 피부감염, 근육통 등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고, 리바운드 등의 끊을 때 어려움도 있습니다. 

     


    환자들에게 예시로 '시험기간에 스트레스는 엄청 받고, 잠도 못 자고 얼굴은 붉게 열감이 뜨고, 맨날 야식으로 치킨 먹고, 시럽 잔뜩 넣은 단 커피로 버티고, 생리도 할 것 같을 때 얼굴에서 개기름이 폭발하는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딱 개기름이 폭발하는 상황이 여드름이 폭발하는 상황입니다. 결국은 여드름 치료에 있어서 이러한 부분의 교정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