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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균 ? 항생제로 해결?치료실에서 하고 싶은 말들 2023. 2. 6. 23:42
지난번에 여드름이 어떻게 생기는지, 왜 모공이 막혀서 피지가 배출되지 못하는지 알아봤습니다. (https://jwonk96.tistory.com/entry/acnes) 이번에는 모공 속 피지 덩어리를 먹이로 하는 여드름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여드름 균, P. acnes!
여드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여드름균이라고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아크네균, 아크네스균, P. acnes (Propionibacterium acnes, Cutibacterium acnes)라고 불리는 세균입니다. 그래서 여드름으로 피부과를 갔다 오면 많이 받아오는 처방 중 항생제가 있습니다. 여드름 있는 분들은 한번쯤은 먹어봤을 '미노씬'이라는 약이 대표적인 항생제입니다.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의 항생제로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던 항생제입니다. 여드름균을 죽이는 목적으로 사용됩니다만 여드름균뿐만 아니라 황색포도상구균, 연쇄구균, 폐렴균, 임균, 매독균, 대장균, 리케차, 클라미디아 등의 다양한 균에 항균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질환도 여드름 뿐만 아니라 편도염, 인후염, 후두염, 기관지염, 폐렴, 방광염, 임질 등등의 세균성 질환에 효과를 보입니다. 먹는 항생제는 혈관을 타고 전달되기 때문에 피부 깊숙히 진행되는 염증성, 화농성 여드름에 효과적입니다. 바르는 연고로도 항생연고가 활용되기도 합니다. 베아로반, 에스로반도 흔하게 활용되는 항생연고입니다. 혈관이 닿지 않는 피부 표면의 균감염과 균증식에 효과적입니다.
여드름균을 죽이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닌가?
여드름을 일으키는 주범인 균이 무엇인지도 알고 그 균을 죽일 수 있는 항생제, 항생연고도 있는데 왜 여드름이 해결되지 못하는 것일까요? 여드름을 일으키는 균인 P. acnes균이 건강한 사람의 피부에도 사는 피부상재균(항상 있는 균으로 정상 피부세균총을 형성)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피지의 지방산을 먹고 살지만 피부 각질도 먹고 살기 때문에 피지샘뿐만 아니라 피부각질층 표면에도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부 표면에서 정상적인 세균총을 이루고 있는 P. acnes균을 항생제로 다 죽인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먹는 항생제는 피부표면까지 도달도 할 수 없고 바르는 항생연고는 모든 피부를 다 바르지 않은 한 그 부위의 일시적인 효과만 가져올 것입니다. 이러한 P. acnes균을 항생제로 다 죽이겠다고 계속 쓰는 것은 항생제로 인한 부작용, 즉 피부 뿐만 아니라 장이나 질 등에 있는 유익균을 사멸시키고, 항생제의 알레르기 반응과 내성, 항생제 사용으로 세균의 경쟁자인 곰팡이 진균의 증식 등의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요즘은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진균성 여드름, 피티로스포름 모낭염이 많아진 것도 이러한 원인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항생제의 역할은 P. acnes균의 과증식으로 인한 염증성 반응이 있을 때 P. acnes균의 기세를 꺾는 정도로만 쓰일 수 있습니다.
P. acnes 균이 그렇게 쉽게 증식되나요?
P. acnes균은 매우 천천히 자라는 혐기성 그람양성균입니다. 혐기성이라는 의미는 산소가 없는 환경을 잘 만들어줘야 겨우 증식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드름균은 노출되어 있는 피부 표면에서는 결코 쉽게 자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공이 꽉 막히고 피지의 지방산이 풍부한 환경에서만 증식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여드름균의 모공 내 증식을 막으려면 모공이 막히지 않도록 땀을 자주 내고, 피지의 갑작스러운 증식을 막아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각질용해와 항균, 항진균 효과, 항염증효과가 있는 살리실산과 설파가 이러한 점에서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유황성분은 강력한 항균 작용이 있고 살리실산의 경우에는 지용성이기 때문에 모공 속 피지에도 침투하여 작용합니다. 저희 한의원에서도 염증성 여드름이 심한 경우 '정결안'이라는 설파젤, 살리실산 성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 역시 여드름 균의 기세를 잡아주는 정도로 활용하고 과민성에 대한 고려를 충분히 해야합니다. 피부가 매우 민감한 경우에는 피부의 재생에 먼저 집중한 후 사용하거나 알로에겔과 혼합하여 사용합니다.
설파(유황) 살리실산을 포함하는 설파젤 정결안 (출처 하니메디)
여드름을 유발하는 균이 무엇인지 알고 그 균을 죽일 수 있는 항생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여드름이 다 잡힐 수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지저분한 손으로 자꾸 만져서 이차감염이 생기거나 농이 심하고 염증이 심한 경우에는 항생제를 활용해야합니다. 하지만 좁쌀여드름과 같은 염증 없이 피지 과증식만 있는 경우에는 항생제의 효과가 없으며 여드름이 뿌리 뽑힐 때까지 무턱대고 전문가의 관리 없이 항생제를 쓰는 것은 항생제의 내성이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모공이 열릴 수 있도록 땀을 내고, 면포(피지덩어리)를 압출로 잘 제거하고(흉 안 생기게), 피부의 예민도를 고려하면서 각질 제거를 잘 할 수 있다면 더 좋은 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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