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전 물만 마셔도 살쪄요 = 스트레스 엄청 받고 있어요
    치료실에서 하고 싶은 말들 2023. 1. 9. 17:41

    지난번에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부신피질에서 방출된 코르티솔은 체온과 혈당과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몸을 갈아 넣도록 비상사태를 만들어줍니다. 일시적인 스트레스에는 에너지의 집중화로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해 주지만 스트레스가 지속된다면 부작용들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코르티솔의 분비와 고갈로 인해서 나타나는 현상 중 우리가 잘 모르고 넘어갔던 것을 체크해보려고 합니다.  

     

    물만 먹어도 살쪄요 얼굴살이 안 빠져요

    다이어트 환자 상담을 하다보면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전 진짜 탄수화물도 안 먹는데 살이 안 빠지고 오히려 얼굴 배는 더 찌는 것 같아요." "에이 그럴 리가요 본인도 모르게 뭐 먹는 것이 있겠죠." 더 강력한 다이어트약이 필요한 경우인가 용량을 높여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 중 다수는 진짜 안 먹을 것 같은 팔다리는 깡마르고 단지 복부나 얼굴살로 고민되어서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때 살펴야 하는 것이 코르티솔의 분비입니다. 이분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도 있고 진짜 극도의 다이어트로 혈당 유지가 안 되는 스트레스 상황으로 코르티솔의 분비가 늘었다면 두면상지부로의 혈압은 높이고 혈당도 높이는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식욕이 증가하거나 단것이 갑자기 땡기게 됩니다.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식욕이 폭발하거나 달달한 간식 디저트를 열심히 찾는 경우를 경험해보셨을 것입니다. 물론 먹지 않아도 몸에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당으로 전환시키는 이 상황에서 과도하게 생성된 당은 지방으로 몸의 중심부에 저장하게 됩니다. 얼굴을 유지하는 안면근육이나 탱탱함을 유지하는 콜라겐과 같은 단백질이 다 갈려버리고 지방만 붙기 때문에 얼굴을 푸석푸석하고 늘어지고 주름지면서 살만 덕지덕지 붙는 최악의 상황이 됩니다. 이것을 달덩이 같은 얼굴 '문페이스(moon face)'라고 합니다. 피부가 얇아지고 순환력이 저하되면 눈 밑에 다크써클이 심해지고 하고 코르티솔이 고갈되는 상황까지 가면 얼굴 뿐만 아니라 피부가 흑갈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에디슨병(Addison's disease)의 대표적 증상이기도 합니다.

     

    배는 나오고 뒷목까지 살찌고 자꾸 붓네요

    스트레스에 쩌든 40~50대 남자분들의 체형을 보면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배만 나오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심하면 가슴도 나오고 뒷목도 살이 쪄서 불뚝불뚝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체형은 그들이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 찐 것보다는 스트레스에 장시간 노출되어서 나타나는 체형입니다. 이러한 분들이 살을 빼겠다고 과도하게 탄수화물을 끊는 행위를 한다면 몸에 스트레스는 더 가중되는 상황(혈당저하는 가장 심한 스트레스입니다.)으로 악순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신피질에서 나오는 호르몬 중 코르티솔 이외에 알도스테론이 있습니다. 이 호르몬 역시 결과론적으로 체액의 손실(소변이나 땀으로 인한 손실)을 막아 혈압을 유지시키는 호르몬입니다. 이 호르몬 역시 지속적으로 분비 시에는 몸 전체적으로 부종이 발생하게 됩니다. 얼굴이 자꾸 부어요 다리가 부어요 역시 스트레스의 증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쿠싱증후군 증상
    코르티솔 분비 과다로 인한 쿠싱증후군 (출처 https://columbiasurgery.org/conditions-and-treatments/cushings-syndrome)

    털이 많이 나네요

    부신피질에서 나오는 호르몬 중 코르티솔와 알도스테론 이외에 안드로겐이라는 남성호르몬(DHEA)가 나오게 됩니다. 여성분들은 배란기 이후 생리 전까지 0.5도 정도의 기초체온을 상승시키게 되고 자궁의 내막을 두껍게 만드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많이 필요로 하게 됩니다. 손발은 차고 근육도 없고 기운도 없는 다수의 현대 여성들은 이러한 에너지에 대한 요구를 단것 섭취로 이겨냅니다. 이러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고탄수화물이나 단순당의 식이는 인슐린저항성을 유발하고 혈중 유리 남성호르몬도 늘게 하고 부신의 안드로겐까지 늘면 콧수염이나 팔다리에 털이 자라고, 피지분비과다로 여드름이 생기고, 배란과 생리 이상이 생기게 됩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의 발생기전입니다. 남자들 역시 고환에서 나오는 성호르몬이 빠르게 줄어서 부신의 성호르몬으로 간신히 버티다가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이마저 고갈되어 성욕감퇴, 발기부전의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면역의 정지상태

    스트레스가 지속될 때 가장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는 면역의 정지 상태라는 것입니다. 코르티솔의 역할 중 체온, 혈당, 혈압을 유지시키는 일 이외에는 다른 모든 기능을 중지시키는데 면역이 들어있습니다. 면역이라는 것은 이물질(균, 바이러스, 곰팡이, 독소 등등)과 불량세포(바이러스 감염세포, 분열이나 성장 시 불량세포, 돌연변이세포, 암세포 등등)에 처리라고 보면 됩니다. 이들과 싸우고 부수고 다시 재건하는 과정은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중지시킵니다. 일종의 방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방치 기간에는 면역세포가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염증이라는 기전도 일어나지 않고 통증이나 가려움 고통이 없습니다. (이러한 기전을 이용해서 의약품에서 스테로이드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방치 기간은 길면 안 됩니다. 방치 기간이 끝나고 나서 다시 면역반응으로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방치가 길면 오히려 더 괴롭거나 처리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힘들었던 시험기간이 끝나고 잠을 푹 자고 났더니 입술에 뾰루지가 생기거나, 어르신들 중에 고생고생해서 집 장만하신 후에 병이 생기시거나, 가족 병간호 후 간호하신 분이 병이 나는 상황을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그런 스트레스가 계속된다면 암과 같은 질병은 점점 커져있을 것이고 코르티솔이 고갈된 후 한꺼번에 질병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대처하게 하는 부신피질호르몬(코르티솔, 알도스테론, 안드로겐)은 효율적인 에너지의 집중을 가져와서 스트레스를 잘 넘어갈 수 있도록 합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스트레스 상황은 이들 호르몬에 의해서도 부작용을 나타내게 됩니다. 우리가 무심코 말하는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표현에는 이러한 스트레스 상황을 나타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이 가장 무서운 것은 면역의 정지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면역의 정지는 질병의 방치를 의미합니다. 스트레스 상황이 끝나고 나서 해결할 수 없을 정도 커져버린 상태라면 후회를 해도 늦었다고 할 수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