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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신을 보호하는 한약 처방 육미지황원
    치료실에서 하고 싶은 말들 2023. 1. 10. 16:19

    피부 질환을 보는데 한의사로서 스테로이드나 항생제 같은 강력하고 즉각적인 효과가 나는 양약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한약 처방도 이러한 약처럼 매우 강력하길 바라면서 오시는 환자분들에겐 한약처방은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드는 경우도 많으실 것입니다. 특히나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쓴 것을 걱정하는 환자분들이 한의원에서 스테로이드는 끊고 한약을 복용하면서 호전을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스테로이드 리바운드로 더 고생하면서 어쩔 수 없이 스테로이드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마음이 매우 아픕니다. 하지만 한약의 기능은 몸의 기능 억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능 회복에 있기 때문에 증상을 관리하는 대증요법과 병행하시더라도 꼭 필요한 치료라고 보여집니다. 이번에는 부신을 아끼고 보호하고 회복시키는 한약 처방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부신은 스트레스에 의해서 소진되는 기관

    몇 차례의 글을 통해서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과 이를 생성하는 부신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https://jwonk96.tistory.com/entry/cortisol) 특히 지속되는 스트레스로 인하여 스트레스 호르몬에 계속 분비되면 근육, 인대, 피부 등은 망가지고 면역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부신의 기능이 소진되어 번아웃되면 무기력, 우울감, 의욕저하 뿐만 아니라 통증과 질병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https://jwonk96.tistory.com/entry/cushing) 불교에서는 '생즉고(生卽苦)' 즉 삶은 고통이라고 합니다. 물론 깊은 의미가 있겠지만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없기 때문이 마음가짐, 인식의 변화를 강조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결국 나이가 들고 삶을 산다는 것은 부신을 깎아먹으면서 사는 것이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의학의 신(腎)은 부신의 기능을 강조

    한의대를 처음 들어가면 '황제내경'이라는 책을 통해 동양의학의 철학을 배우게 되는데 재미있는 개념을 배우게 됩니다. '정(精)'이라는 것인데 매우 귀하고 정미한 인체의 엑기스와 같은 것으로 표현을 하고 있지만 정액, 성호르몬과 같은 것만을 이야기한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정'을 담는 장기는 '신(腎)'이고 이러한 정, 신의 소모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무절제한 생활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신을 소변을 만드는 신장 기능이나 고환, 난소와 같은 생식기에만 국한시키면 맞지가 않고 성적인 호르몬, 에너지로 보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수련 명상 등이 정을 보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도교적 양생의 의미는 더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부신의 기능을 본다면 설명이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부신의 기능은 점점 쇠퇴하면 퇴행성 소모성 질환으로 허리 무릎의 통증은 생기고 과도한 스트레스가 불러오는 급노화가 심하면 피부가 망가지고 머리도 희게 하고 이빨도 빠지게 하고 당뇨 혈압으로 생기는데, 이는 신기가 쇠퇴하는 것과 부신의 기능이 쇠퇴하는 것이 같은 것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육미지황원(탕)'이라는 보신(補腎)처방  

    한약 보약은 유명한 처방이 많습니다. 십전대보탕, 쌍화탕, 보중익기탕은 다 한번 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러한 처방은 '기력' '에너지' '혈액보충'이라는 목적을 가진 보약으로 인삼이나 황기처럼 값비싼 약재도 들어갑니다. (녹용이 들어가면 더 좋겠죠.) 반면에 그렇게 중요한 '정(精)'을 보하고 '신(腎)'을 보호하는 보약은 오히려 생소하실 수 있습니다. '육미지황원(탕)'이라는 처방이 보정(補精) 보신(補腎)의 기본방입니다. 숙지황, 산약, 산수유, 백복령, 목단피, 택사 6가지 약재로 구성되어있는데 흔히 아는 비싸고 귀한 약재가 없습니다. 효능은 '신수(腎水)'가 부족한 것을 치료한다고 하고 허리무릎통증, 어지러움, 이명이나 청력저하, 식은 땀, 성기능문제, 몸과 손발바닥의 열감 화끈거림, 비뇨기문제, 아이들 발달장애, 고혈압 당뇨 등 소모성질환, 신경쇠약 등 정신적 질환까지 활용한다고 합니다. 한의대생일 때는 이 말도 안되는 엄청난 처방에 놀라서 엄청 먹어보기도 하고 지인들에게도 처방하기도 하는데(노인성 보약으로 부모님이나 성기능강화를 원하는 분들에게 많이 처방했던 거 같습니다) 한두차례 복용했을 때 실지 효과를 애매하게 느껴집니다. 요즘에는 당뇨 처방으로 많이 활용되는데 대식가의 당뇨보다는 스트레스성 소모성 당뇨에 더 적합합니다.

     

    육미지황원의 구성약재
    육미지황원(탕)의 구성 한약재 (출처 https://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52731)

    신장 부신의 혈류량을 좋게 하고 쉴 수 있게 하는 것이 보신(補腎)

    육미지황원이 엄청난 효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엄청난 생화학적 성분을 통해서 몸에 에너지나 면역물질, 호르몬을 직접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신장과 부신 쪽의 혈류를 좋게 해서 부신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기전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숙지황과 같은 성분은 지황을 계속 찜으로써 식이섬유와 당의 농축을 가져오는데 이는 지속적인 혈당 유지에 도움을 주고 이는 부신호르몬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산약은 비위의 점막을 튼튼하게 해서 충분한 영양분을 흡수 공급하고 산수유도 부교감신경을 자극해서 교감신경항진된 상황을 진정시켜줍니다. 결국 이들 모두 부신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쉴 수 있도록 돕습니다. 보약에는 이상할 수 있는 복령이나 택사의 이뇨작용은 영양분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신장 쪽 혈류를 좋게 해서 상부 두면부로 올라간 혈압을 낮추고 부신 쪽 혈류량도 증가시켜 회복의 시간을 가지도록 해줍니다. 즉 보신이라는 것은 부신의 부담을 줄여서 쉴 수 있게 하고 이들의 혈류량을 증가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탕'이 아닌 '환(원)'의 형태로 꾸준히 장복해야하는 처방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환이나 원은 식이섬유가 충분히 보존되어 천천히 흡수됨으로써 혈당의 안정을 돕고 장내 유익균의 먹이로 작용합니다.)


    환자분들에게 스트레스 때문에 질병이 생겼습니다라고 말하면 얼굴 표정에 '그걸 누가 모르나. 스트레스 없는 사람이 어디있냐. 누구는 스트레스 받고 싶어서 받냐'는 말을 담고 있습니다. 선조들 역시 이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산다는 것은 신(腎)의 정기(精氣)을 소비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양생법, 수련법, 호흡법을 이야기했고 신의 정기를 보하는 처방 역시 꾸준한 장복을 이야기했습니다. 대표적인 처방 '육미지황원'을 볼 때 우리가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도한 방출로 쉽게 소진되는 부신의 기능을 살리는 방법은 부신을 쉴 수 있도록 하고 충분한 혈류 공급을 시켜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보의 개념이 없는 현대의학이나 비타민 미네랄 생화학성분으로 접근하는 기능의학과는 다른 한의학의 독특하면서 의미있는 관점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로 지쳐쓰러지는 현대인에게도 꼭 필요한 접근법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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