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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염증약 스테로이드, 알고 사용하자치료실에서 하고 싶은 말들 2023. 1. 13. 23:05
양방 치료약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을 꼽으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들 수 있습니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으로부터 편해질 수 있게 하였고 스테로이드는 모든 염증 반응으로부터 편해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의사 입장에서도 참으로 탐이 나는 약물임은 틀림없습니다. (요즘에는 너무 빈번하게 사용되는 면이 있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 기회도 적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에서 살펴봤듯이 코르티솔에서 유래된 스테로이드 의약품 역시 전문가의 관리 없이 무절제하게 장기간 사용할 때 발생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의약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https://jwonk96.tistory.com/entry/cortisol)
부신피질호르몬제, 스테로이드
항염증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는 부신피질호르몬인 코르티솔(코르티코이드, 당질코르티코이드)에서 기원되었습니다. (보디빌더들이 사용하는 스테로이드는 남성호르몬으로 전혀 다른 성호르몬입니다.) 부신이 어떤 역할을 하는 장기인지를 알아내는 과정, 결핵으로 부신이 망가진 환자들에게 질병이 생기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 부신에서 생성되는 물질을 추출하는 과정(부신수질에서 나오는 교감신경 신경전달물질인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도 발견되었습니다.), 추출된 코르티솔을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에게 투여했더니 증상이 금세 호전되는 실험, 코르티솔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신기술 개발과정 등은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개인적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아르헨티나에서 독일이 소의 부신을 잔뜩 수입해 가는데 이것이 전투기 공중전에 능한 '슈퍼 파일럿(엄청난 고도변화 기압변화에도 고통을 겪지 않는 파일럿)'의 비결일 것이라는 미국의 정보전과 이 때문에 부신추출물 연구에 전폭적인 국가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이러한 스테로이드의 등장이 얼마나 대단했냐면 1949년도에 스테로이드를 사용해서 치료효과가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1950년에 헨치(Philip Showalter Hench), 켄달(Edward Calvin Kendall), 라이히슈타인(Tadeus Reichstein)이 스테로이드 연구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단시간에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상상이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 스테로이드의 부작용
스테로이드의 항염증 작용은 매우 강력하지만 현재 우리는 알고 있듯이 이러한 항염증 작용은 스트레스 상황시 우리 몸이 생존을 위해 면역, 성장, 재생의 기능을 억제하고 오로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생성만 집중시키는 기전을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장시간 지속시에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의약품 스테로이드 역시 적시적소에 적절하게 사용 시에는 엄청난 효과의 약이지만 장기간 무분별하게 사용할 때에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은 이미 1950년대부터 스테로이드를 과량 투여한 환자들에게 얼굴이 붓고 살이 찌고, 피부는 약해져서 작은 자극에도 피가 나고 멍이 들고, 위궤양도 잘 생기고, 뼈가 약해져서 골다공증, 척추압박골절 등의 증상이 나타났으며 노벨상을 받은 필립 헨치 역시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매우 걱정하였고, 노벨상 수상기념 강연에서 '환자의 부신과 잘 어울려서 치료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조건 쓰지 말자가 아니라 잘 알고 쓰자
부작용이 큰 경구용 스테로이드 복용약이나 주사치료의 경우에는 전문 의사에 의해서 처방 시술되기 때문에 관리가 비교적 잘 됩니다만 (병원을 바꾸시면 그 전의 처방전이나 치료 내역을 알려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비교적 부작용을 간과하는 국소용 스테로이드 연고나 로션 같은 경우에는 열심히 바르면 잘 낫는 만병통치 피부약이라고 생각하고 증상이 호전되어도 계속 바르기도 하고 얼굴이나 다른 부위에 다른 증상이 생겨도 바르기도 합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빌려줘서 바르도록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이런 경우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절대로 금하셔야 합니다.
우선 알고 있어야 할 스테로이드 연고 사용법
- 스테로이드의 종류와 부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2주 이상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2주 이상 쓰게 되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관리하에서 쓰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옴 등 감염성 피부질환이 있을 때에는 사용하면 안 됩니다. 스테로이드로 면역을 억제시킬 경우 이러한 감염원이 염증반응 없이 증식하는 잠재성 감염으로 증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염성 피부질환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피부 증상이 생겼을 때 정확한 진단 없이 그냥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 부위에 따라 스테로이드의 등급(강도)와 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얼굴이나 고환과 같은 곳은 피부가 얇고 흡수율이 좋아서 낮은 등급으로 소량 써야 하는 반면 두피나 손발은 피부가 두껍기 때문에 강한 스테로이드를 짧게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손발 습진으로 받은 연고를 얼굴에 뭐가 생겼다고 바르시면 절대 안 됩니다.
- 특히 눈 주위, 입주위, 얼굴, 생식기, 항문, 딸기코 같은 부위에는 스테로이드를 함부로 쓰면 안 됩니다. 안압이 오르는 녹내장, 백내장이나 스테로이드성 주사, 여드름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 합니다.
- 오랜 기간 썼다가 갑자기 끊으면 리바운드로 고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테이퍼링(tapering)이라고 점차 바르는 횟수와 양을 줄여가면서 끊어야합니다.
요즘에는 피부질환 환자가 왔을 때 증상이나 환자의 체질을 살피기 앞서 스테로이드 사용여부, 사용기간, 사용양을 먼저 체크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의 힘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이것을 살피지 않고 살펴보는 증상의 변증이나 병기 예상은 다 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분에게도 무엇보다 우선해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했을 때 좋아지는 모습은 면역 억제 기능에 의한 일시적인 모습이고 염증 유발 요인이 해결되지 않았다면 스테로이드를 끊으면 증상이 다시 올라오거나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을 꼭 말씀드려서 놀라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물론 스테로이드는 급격한 염증반응으로 내 조직이 망가지는 것을 구할 수 있고 가려움으로 피부를 손상 주고 이차감염을 초래하는 것을 막아주는 중요한 기능을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또 콜레스테롤 기반의 지용성 스테로이드는 오늘부터 안 쓴다고 오늘 하나도 몸에 없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며칠~몇 주까지)을 거쳐서 줄어들기 때문에 리바운드 역시 서서히 오랜 시간에 걸쳐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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