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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 피부질환에는 연고보다는 휴식을!
    치료실에서 하고 싶은 말들 2023. 1. 14. 22:42

    피부질환이 얼굴에 발생하면 가장 신경 쓰이고 속상합니다. 다른 부위에 생기더라도 얼굴로만은 번지지 않기를 바라는 환자들의 바람은 매우 간절합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자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받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것이 꼭 얼굴 피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자신감도 떨어지고 그로 인해 얼굴이 더 붉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얼굴에 조그만 무언가만 생겨도 당장 연고를 바르거나 세안을 강하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이런 것이 오히려 가만히 둔 것만 못한 경우가 되는 때가 많습니다. 

     

    지루피부염, 아토피, 주사, 여드름, 모낭염, 안면홍조 등 얼굴 피부질환

    얼굴에 발생하여 고생하는 피부 질환에는 지루피부염, 아토피, 주사, 여드름, 모낭염, 안면홍조, 접촉성 피부염 등이 있습니다. 지루피부염아토피는 모두 습진성 피부질환입니다. 아토피가 있는 분들은 전신으로 습진이 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지루피부염도 잘 발생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토피는 눈 주변, 입 주변, 목과 같이 피부가 얇은 부위가 좀 더 집중되는 양상이라면 지루피부염은 피지분비가 많은 부위 즉, 코옆, T존, 볼, 턱, 두피, 가슴, 등에 잘 발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주사안면홍조는 쉽게 붉어지는 질환으로 안면홍조는 감정, 온도, 자극 등에 너무 과하게 혈관이 확장되는 형태라면 주사는 피부는 얇고 혈관은 확장되어서 붉은 상태가 지속되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여드름모낭염 역시 모공, 즉 털이 나오는 부위에 생긴 염증인데 여드름도 모낭염의 일종이지만 좀더 짤 피지덩어리(면포)가 있는 경우로 국한 짓기도 있습니다. 접촉성 피부염도 습진성 질환이지만 대부분 피부에 닿는 외부요인에 있습니다. 그 중 자극성은 강한 자극이나 약하더라도 지속적 물리적 화학적 자극이 있을 때, 알레르기성은 접촉물을 이물질 항원으로 인식하여 알레르기 반응으로 유발되는 질환입니다. 사실 이렇게 다양한 피부질환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많아서 명확한 병명 진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오히려 발적, 구진, 홍반, 가려움, 수포, 진물, 각질, 건조함, 가피, 찰상, 태선화 등등의 증상의 형태로 표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민한 얇은 얼굴 피부 

    얼굴 피부는 매우 예민합니다. 혈관분포도 많이 되어있고 피부는 비교적 얇습니다. 혈관 분포가 많아서 겨울철에도 얼굴을 내놓고 다녀도 될 만큼 열도 잘 발생하지만 반대로 조금만 덥거나 매운 것을 먹거나 쉽게 더워지면 붉어집니다. 피부는 얇아서 주름도 쉽게 생기고 약한 자극에도 쉽게 상처받습니다. 피지분비량도 쉽게 왔다갔다 해서 잠 안 자고 스트레스받고 기름진 것 먹으면 금방 번들번들 개기름이 자르르 흐르게 됩니다. 이러한 것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얼굴에 쉽게 병변이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온도가 높다는 것, 혈관분포가 많다는 것, 피지 분비량이 많다는 것 또는 적어서 피부 보호막 역할을 못해준다는 것, 얇다는 것 모두 감염이나 염증반응이 쉽게 발생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얼굴은 어젯밤에 고기랑 술 먹고 나서, 생리 전에, 새로운 화장품이나 세안제를 쓰고 나서 등의 사소한 이유에도 뾰루지와 같은 발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얼굴 피부에는 지켜보는 여유가 부족

    이런 뾰로지 등은 대부분 건들지 않고 그냥 두면 사라집니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 얼굴이기 때문에 손으로 짜거나 컨실러나 파운데이션으로 강하게 화장해서 가리고 세안제를 강하게 쓰거나, 소독약으로 소독을 하거나 필링을 하거나, 집에 있는 항생연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쓰기도 하고 피부과로 가서 염증주사를 맞기도 합니다. 다행히 잘 가라앉고 별문제가 없이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이러한 패턴이 자주 일어나면 계속되는 자극으로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잦은 소독이나 필링, 세안은 피부장벽을 손상시키고 피부 상재균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예민하게 합니다. 피부장벽이 손상되면 복구을 위해 혈관이 확장될 수밖에 없고 열감, 발적, 부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한 손상은 따가움이나 진물, 출혈이 생길 수 있고 손상부위로 이차감염도 쉽게 발생될 수 있습니다.

     

    무턱대고 쓰는 스테로이드 연고는 더 심각한 상황으로

    이런 경우에 피부과를 가거나 다른 사람의 조언(?)으로 스테로이드 연고를 약하게 살짝 쓰게 되는데 처음에 이 연고를 쓰면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붉고 가렵고 부풀고 열감이 있는 것이 확 줄고 진물도 금방 멈춥니다. 계속 말씀드렸다시피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항염증제로 면역을 억제하기 때문에 염증반응이 바로 멈추게 됩니다. (https://jwonk96.tistory.com/entry/steroid) 또한 스테로이드는 말초 혈관 수축의 기능도 있어서 금방 발적 부종 열감 진물이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스테로이드는 피부장벽이 손상된 것을 고쳐주거나 피부 상재균을 정상화시켜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고를 바르고 금방 좋아져서 다시 안 바르면 경우 다시 증상이 서서히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상부위가 회복되고 피부 상재균도 정상화되고 원인도 해결이 된다면 증상이 안 올라올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감염균이 있으면 더더욱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임의의 판단으로 연고를 더 많이 더 자주 쓰게 되는데 이 경우 더 심각한 상황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피부의 생장도 억제하기 때문에 피부가 점점 얇아지게 되고 처음에는 하얗게 되었던 피부가 더 붉어지기도 합니다. 혈관 수축을 유발하는 혈관 근육마저 약해지기 때문에 퍼져버린 것입니다. 이것을 '스테로이드 주사'라고 합니다. 또한 피지량은 늘고 모공속의 세균 역시 스테로이드에 의해 과증식하는 경우 여드름 모낭염이 심하게 나타나는데 이를 '스테로이드 모낭염' '스테로이드 여드름'이라고 합니다. 또한 스테로이드를 오래 쓰면 자외선에 대한 광민감성이 심해져서 햇빛 알레르기 같은 증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눈 주위는 안압상승을 유발해서 녹내장, 백내장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red skin syndrome', 'red face syndrome' 표현도 종종합니다. 

     

    스테로이드 주사
    스테로이드 연고 과사용으로 발생한 스테로이드 주사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teroid_rosacea)

    스테로이드 끊는 것은 더 어려움

    그렇게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심하면 안 바르면 되겠네요라고 할 수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나타날 정도로 오래 발랐다면 (얼굴은 강한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약한 연고라도 장기간 좋은 연고인 줄 알고 바른 것이 문제를 유발합니다.) 스테로이드를 끊으면 증상이 확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마치 금단 현상처럼 손상된 피부의 재생과 면역을 위해서 미뤄왔던 것을 한꺼번에 반응하기 때문에 더 심하게 올라오는 리바운드 현상을 겪게 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너무 괴로워하는 모습을 치료실에서 많이 보게 됩니다. 물론 리바운드를 최소한으로 하도록 스테로이드 테이퍼링을 하지만 이 또한 매우 쉽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처음에 피부 질환을 보기 시작했을 때, 지루피부염과 같은 얼굴 피부질환 환자가 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환자의 스트레스가 저한테도 강하게 느껴지지만 치료가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담과 압박이 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세안법, 화장법, 식생활(음주, 매운 것, 단순당, 튀김 등을 금하게 합니다.), 수면(최대한 빨리 자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면 중 피부는 회복되니까요) 등과 같은 세밀한 생활 티칭까지 같이 이루어져야만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가끔 예나 지금이나 스테로이드를 섞어 파는 화장품이 적발될 때가 있습니다.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는 화장품을 금지하는 것은 처음에 쓰면 잡티도 없어지고 피부도 하얗게 되고 도자기처럼 맨질맨질해지는 유혹에 빠져 나중에는 붉은 얼굴로 울면서 마약처럼 끊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는 피해자가 안 생기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얼굴은 매우 예민합니다. 나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에 따라서 금방 다양한 병변을 보이기도 하지만 너무 급하게 얼굴 피부에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자극을 낮추고 충분한 휴식과 건강한 식이로 회복될 수 있는 여유를 준다면 더 건강한 피부로 바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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