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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은 스테로이드만으로 나을 수 없어요치료실에서 하고 싶은 말들 2023. 1. 15. 20:30
건선이라는 피부질환은 예전에는 매우 생소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꽤 많이 보이고 특히 도시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군의 젊은 환자들이 많습니다. 물론 아직도 피부가 좀 건조해 보이고 가렵다고 건선이 아니냐고 물어보는 환자들도 있지만 옛날에 비해서는 일반분들도 많이 아는 질환이 되었습니다. 건선이 어떤 질환인지 불치로 포기해야만 하는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자가면역질환 - 건선
건선의 유형(물방울형, 판상형, 농포성, 간찰형, 홍피성 등)에 따라 증상의 차이가 있지만 전형적으로는 붉은색의 경계가 명확하고 약간 도톰한 판 모양의 피부 위에 하얀 각질이 끼어있는 형태입니다. 가려움은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고 보이는 증상에 비해서는 불편함은 비교적 덜하지만 두드러져 보이는 병변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한 질환입니다. 조직학적으로 피부 표피층의 과증식 형태인데 일반 피부 각질세포가 28일에 걸쳐서 분화탈락되는 것을 3~5일만에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불량한 피부를 빨리 만들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백혈병도 불량 백혈구의 과증식이어서 면역 기능을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 이러한 피부의 과증식을 피부에 상처가 있거나 재생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때 나타나는데 건선은 자신의 면역세포가 자신의 표피세포를 공격해서 이러한 상황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건선은 피부에 상처, 자극이 있는 부위에 더 건선이 잘 생깁니다.) 이것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크론병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위험율도 증가하기도 하고 류머티즘처럼 관절염과 같은 형태로도 진행되기도 합니다.
내 면역세포가 내 세포를 공격하는 상황 - 세포 매개성 면역
결국 내 면역세포가 갑자기 미쳐날뛰면서 내 세포를 공격해 질병이 발생했기 때문에 자가면역질환의 경우에는 면역억제만을 답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 메커니즘을 좀 더 살펴보면 항원이라는 이물질을 인식해서 효율적으로 공격하는 고급 면역반응(특이적 면역) 중 체액성 면역과 세포 매개성 면역이 있습니다. 복잡한 내용을 다 빼고 체액성 면역은 이물질이 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세포 사이 체액 속에 있을 때 항체라는 포승줄로 감아서 중화,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한다면 세포 매개성 면역은 이물질이 내 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그 이물질만 제거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전체를 위해 문제있는 내 세포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문제있는 내 세포의 경우는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들어가 증식을 하려 하거나, 마이크로한 기생충이나 세균에 감염되었거나, 암세포가 되었거나 손상된(damaged) 세포 불량세포 오염세포 등이 해당될 수 있습니다.
극심한 피로 스트레스 이후, 후두염 등의 바이러스 감염 이후 발병 악화
임상에서 건선 환자를 볼 때 발병하거나 악화되는 시기는 극심한 피로 스트레스가 있을 때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이나 사업상 장기간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 노출, 연일 계속되는 술담배와 망가진 식생활, 수면부족과 불량, 가족 중 누군가가 크게 아파서 심신으로 고생한 경우가 건선 발생과 겹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자가면역질환 중 백반증(면역세포가 멜라닌 세포를 공격), 원형탈모(면역세포가 모근 세포를 공격)도 보면 비슷하게 피로 스트레스 상황에 잘 발생합니다. 또 목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후두염이 있은 후 물방울형 건선이 생기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건선과 비슷하게 생긴 구진인설성 피부질환인 장미색 비강진은 최근에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서 발병된다고 밝혀졌습니다. 피로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생기는 질환 중 대상포진, 구순염 등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의한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모든 사람이 건선이 생기지 않는 것처럼 건선에 대한 유전적 원인이 있습니다만 유전적 원인이 있다고 하더라고 후천적 상황이 있는 경우 다수가 발현되는 것을 고려하면 건선의 발병에는 바이러스 감염이 잘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유사하게 면역저하를 유발하는 극심한 스트레스, 과로가 있고 그 면역 반응도 세포 매개성 면역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알레르기도, 자가면역질환도 면역이 강한 것이 아니라 무너져서 과민화 상태
두드러기 아토피 등의 알레르기도 체액성 면역이 과한 상태이고 건선, 백반증 등의 자가면역질환도 세포성 면역이 과한 상태입니다. 이들은 면역이 갑자기 튼튼해져서 생기는 질환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면역이 약해져서 바이러스, 균, 이물질이나 독소 등의 계속된 유입으로 잘 모르는 감염이나 손상, 오염에 대한 몸의 과민반응이 아닐까 의심하게 합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러한 유입과 감염과 오염을 막는 것이 병행되지 않고 면역 억제만으로 접근한다면 병의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 사실 임상에서는 생활 교정 없이 연고나 복용약으로 건선을 관리하시는 분들 중 건선이 점점 더 심해지거나 약의 부작용으로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어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피부 환자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 중에서 '몸의 소리'를 들어야한다고 합니다. 몸에서 지금의 문제를 피부를 통해서 소리 내어준다면 사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소리 없이 더 큰 문제로 다가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요즘 많이 발생하는 건선은 예전에는 생소한 질환이었지만 요즘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에게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 되었습니다. (햇볕을 쬐는 시간이 줄어버린 것도 큰 영향이겠습니다. 나중에 햇빛, 자외선, 비타민 D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이라서 치료법도 없다고 몸의 소리를 무시한다면 병을 더 악화시키고 다른 심각한 질환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언제 발생했고 언제 심해지는지를 잘 살펴보고 생활의 교정이 병행된다면 약 없이 좋아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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