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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강아지가 피부병에 걸렸어요~치료실에서 하고 싶은 말들 2023. 12. 22. 17:31
오늘은 저희 집 강아지 피부병 사례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갑자기 왜 '사람 피부병'이 아닌 '강아지 피부병'이냐 하실 수 있겠지만, 우리 강아지 피부병을 치료하면서 사람 피부치료에 대한 느낀 점이 많아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틀림없이 피부질환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피부질환를 전문으로 한의사이지만, 강아지의 피부질환은 사람의 피부질환과 다른 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강아지 피부치료에 있어서는 제 생각, 의견보다는 수의사 선생님의 치료를 최대한 따랐습니다. (당연한거지만)
앗! "링웜"인 거 같다!
저희 집에는 저를 제일 반갑게 맞아주고 좋아해주는 귀염둥이 막내, 하얀색 포메라니언 '밀크'가 있습니다. 저는 강아지 산책할 때 스트레스 풀리라고 강아지가 궁금해하고 가고 싶은대로 여기저기 다니면서 냄새도 맡고 영역표시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몸에 온갖 풀 먼지를 다 묻히고 들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루는 이러한 먼지를 잘 털어주고 빗질을 하는데, 피부에 빨간 테두리가 부풀면서 다소 노릇한 각질이 생긴 것을 확인했습니다. 빗질을 해보니 털도 좀 빠지는 것 같습니다. 딱보니 전형적인 진균(곰팡이) 감염질환인 '링웜(ringworm)'의 형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몸을 여기저기 살펴보니 등에도 있고 엉덩이 부위, 배에도 있더라구요. 이구~ 여기저기 막 비집고 다니더니 곰팡이균에 감염되었나보다 생각하고 동물병원에 갔습니다.
우리집 강아지 증상과 제일 비슷한 것을 찾았습니다. 링웜(ringworm) (출처 americanprime.com.br) 피부상재균 밖에 없네요.
동물병원에서는 곰팡이균이 있는지 검사를 해봐야겠다고 합니다. 딱 봐도 곰팡이균이고 항진균제 처방만 해주시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수의사 선생님의 의견을 따라서 균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는 일주일 뒤에 나온다고 합니다. 그 사이에는 "패드형태로 닦을 수 있는 소독약, 스테로이드 연고, 피부연화성분과 항균성분이 있는 샴푸"를 처방받았습니다. 일단은 감염성 피부염으로 보여서 스테로이드 연고는 사용하지 않았고(수의사 선생님도 너무 심하지 않으면 안 써도 된다고 했습니다.) 매일 소독을 했고 샴푸는 1번 사용한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 "밀크야~ 다음 주 결과에서 곰팡이가 나오면 항진균제 쓰고 빨리 낫자~" 했습니다. 1주일 후 검사결과를 들었는데, 곰팡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세균성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외부의 균 감염이 아닌 피부상재균이라고 합니다. 저한테 '여드름'을 예로 들면서 원래 피부에 존재하는 균인데 일부 병원성을 가진 균이 환경이나 면역의 변화로 과도하게 증식해서 생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7일분의 항생제와 유익균을 늘리는 유산균을 처방받았습니다. 항생제를 먹고 나서 피부병이 빠르게 좋아졌기 때문에 곰팡이로 단정지었던 저의 판단을 고집하지 않고 수의사 선생님의 방식을 따른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항생제 치료는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2주간 복용했습니다.
사람 먹는 거 먹이지 마세요!
1달 정도 깨끗한 상태가 유지가 되더니 갑자기 엉덩이와 목 부위에 또 발병을 했습니다. 소독 패드가 남아있어서 매일 소독을 해줬는데 등에도 또 생기는 것입니다.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충분하게 항생제를 먹여서 없앴는데, 유산균도 다 챙겨먹였는데, 왜 재발한 것일까 알 수 없었습니다. 매일 병소 확인하고 소독했지만 점점 새로 생기는 것이 많아지고 심해져서 결국은 다시 동물병원에 갔습니다. 이 때 다시 항생제 처방을 하시면서 저에게 뼈 때리는 말을 했습니다. "강아지한테 절대로 사람이 먹는 거 주지 마세요! 간식도 주지 말고 딱 강아지 사료만 먹이세요!" 그러고 보니 강아지가 맛있어한다는 핑계로 밀가루 빵 뜯어서, 새우깡 같은 과자, 피자 끝 도우부분, 햄이나 소세지, 치킨과 족발의 살코기부위를 준 것이 머리 속을 막 지나갔습니다. 강아지가 행복해하는 줄 알고 강아지 좋으라고 줬던 사람 음식이 근래 부쩍 늘었구나 깨달게 되었습니다. 그렇구나! 내가 피부 환자들에게 맨날 강조하던 것을 우리 강아지한테는 놓치고 있었구나!
그 날부터 우리 강아지는 일절 사람 먹는 것 안 주고 특히 빵, 과자, 가공육은 절대 금지시키고 오로지 강아지 사료만 주었습니다. 항생제는 3일만 먹고 그 이후에는 소독만 했습니다. 결과는 깨끗하게 피부병이 사라지고 1년 지난 지금까지도 재발없이 깨끗한 상태를 유지중입니다. 강아지는 살도 좀 빠지고 더 건강해졌습니다. (지금은 과일껍질이나 야채만 간식으로 가끔 줍니다.) '사람 먹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인가요? 피부질환 있으신 분들 이런 것 못 먹게 말씀드리면 너무 속상하고 억울해하시죠? 하지만 5kg 남짓되는 강아지의 재발되는 피부병의 원인이 '사람 먹는 것'이라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피부에 안 좋은 것을 무심하게 많이 먹고 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과연 피부만 안 좋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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