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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건선 피부질환 있을 때 땀 내야 하나?치료실에서 하고 싶은 말들 2023. 1. 6. 16:49
아토피 건선 두드러기 습진 등의 피부질이 있는 환자분들이 내원해서 가장 궁금해하는 것들 중 하나는 '땀을 내야 하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특히 만성피부질환의 경우 여기저기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어떤 피부과에서는 땀 내면 안 된다고 하고 어떤 한의원에서는 땀을 내라고 하고 어떤 때는 땀 내면 시원하고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땀 나서 더 가려운 것 같기도 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오래될수록 점점 더 헷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료 후 빠지지 않는 질문 중 '땀'에 대한 것이 있습니다.
피부 혈액 순환의 증거, 땀
땀샘은 피부의 진피층에 실타래처럼 존재하는데 그 주변을 모세혈관이 그물처럼 감싸고 있습니다. 즉 혈액의 일부 성분이 빠져나와 노폐물을 가지고 땀샘으로 분비된다고 합니다. 결국 땀이 잘 난다는 것은 피부로 혈액순환이 수월하다는 것이고 재생, 면역 등의 신진대사가 높아지고 노폐물 처리도 잘 된다는 것입니다. 땀의 증발열로 체온 조절 능력도 좋아지고 피지 분비도 좋아지면 피부의 좋은 기름막을 형성하여 피부의 건조함을 막고 세균 감염도 막는 역할을 합니다. 결국 궁극적으로는 땀이 잘 나는 피부가 좋은 피부라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피부 질환이 있을 때 땀 흘려야하나 말아야 하나 (출처 : Pixabay ) 땀만 흘리면 가렵고 심해져요
문제는 습진이나 두드러기 등의 피부 질환이 있으신 분들 중 일부는 땀을 흘리면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더 가려워지기도 하고 더 붉어지기도 하고 염증이 더 심해지거나 진물이 더 많이 나기도 합니다. 대부분 이런 경우는 피부 염증이 심해지는 단계로 보고 있습니다. 즉 땀을 흘릴 정도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 면역세포의 활동성이 증가하는 상태가 되어서 염증 반응이 더 활발하게 됩니다. 또한 열 발산으로 혈관이 확장되면서 더 붉어질 수 있고 혈액 유입량이 늘면 면역 반응이 더 활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면역반응이 좋아지는 것이 좋은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미 면역 반응 염증 반응이 과해서 괴로우신 분들은 더 세지는 것은 더 힘드실 수 있습니다. 또한 땀 자체에도 염분 등 성분이 있어서 피부 표면에서 피부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땀 내기 위해서 온탕, 사우나 등을 오래 하시면 습한 환경과 더러운 물을 통한 세균 등의 2차 감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과도한 수분은 피부장벽을 약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작은 자극에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때 잘 벗기려고 탕에 오래 들어가 있었던 기억이 있으실 것입니다.) 이런 상황들 때문에 땀을 흘리지 마세요, 운동하지 마세요, 사우나 목욕탕 가지 마세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땀을 흘리고 싶은데 땀이 안 나요
반대로 피부질환 중에는 땀이 잘 안 나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것은 오래된 중증 아토피 환자의 경우 피부가 거뭇거뭇하고 칙칙하면서 코끼리 피부처럼 두껍고 각질과 잔주름이 많고 가려운 형태를 볼 수 있는데 그 경우 땀이 거의 나지 않습니다. '태선화'라는 증상이 나타난 것인데 이러한 피부 역시 혈액순환이 안 되면서 땀이 잘 안 납니다. 땀을 내려고 운동을 하면 벌겋게 달아오르기만 하거나 반응도 없는 경우가 있어서 오히려 열감 때문에 괴로운 경우도 보게 됩니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장기간 바른 부위 역시 피부 조직이나 미세혈관이 위축되면서 땀이 잘 안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인분들 중에서도 노인성 피부건조증이 오래되신 분들은 땀이 안 나는 피부를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피부는 절대로 건강한 피부라고 할 수 없습니다.
피부는 흡수기관이 아니라 배출기관
피부는 땀과 각질 형태로 노폐물을 배출하는 배출기관이지 흡수기관이 아닙니다. 수백만 원짜리 화장품을 피부에 열심히 발라도 흡수되는 것은 극소량이 불과합니다. 차라리 어젯밤에 먹은 술과 안주 성분이 피부에 갔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
다음날 얼굴에 뾰로지가 바로 나는 것을 본 적 있으실 것입니다.) 배출기관에서 배출이 안 되면 어떻게 될까요? 항문이 막힌 사람이 어떻게 될지를 묻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 독소, 노폐물이 피부에 계속 쌓인다면 절대로 피부질환에서 탈출할 수 없습니다. 다만 땀을 낼 수 있는 시기의 문제가 있을 뿐입니다.
한의학에서는 피부 질환 치료에 있어서 '발한법'이라는 땀내는 치료법을 매우 중시하고 있습니다.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노폐물을 배출함으로써 피부 재생을 돕고 염증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염증이 매우 심한 단계에는 땀을 잘못 내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땀을 내는 환경이 덥고 습하다면 2차 감염의 위험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경우에는 땀을 내는 배출법보다는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는 배출법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급성 염증이 지나고도 만성화가 되고 뿌리가 잘 뽑히지 않는다면 단계별로 점진적으로 땀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땀 역시 잘 안 나는 분은 점점 안 나게 되고 나기 시작하면 점점 더 그 기능이 활성화되고 피부는 더 건강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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