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유익균과 유해균의 전쟁, 정상 세균총을 지켜라
    치료실에서 하고 싶은 말들 2023. 1. 4. 22:23

    어렸을 때 더럽고 무서운 세균이 너무 싫어서 태어난 후 무균실 같은 곳에서만 살 수 있으면 몇 백년 살 수 있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세균 감염은 인간 질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세균을 죽일 수 있는 항생제가 인류에 준 도움은 엄청나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은 세균과 공존해야하는 생물이라고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유산균이라는 세균을 먹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우리 몸을 밭 삼아 살고 있는 유익균과 유해균의 세균총,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0퍼센트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앨러나 콜렌의 '10퍼센트 인간'이라는 유명한 책을 추천합니다.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충격적으로 받아드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지 인간의 세포보다 훨씬 많은 100조 이상의 미생물이 인간 속에 살고 있고 인간이라는 객체에 순수한 인간의 유전자는 2만1000개 이외에 440만개의 유전체를 가지고 있는 수퍼 생물체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내 몸의 주인이 미생물군집일지도 모르겠다는 끔찍한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마치 세포 속의 바이러스나 다른 애벌레 속에 사는 다른 곤충의 알 등을 생각하면.. 기생생물이 숙주생물의 행동도 조정하는 끔직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인간도??) 물론 이러한 관계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공생에 가깝다고 봅니다. 좋은 영향을 주는 세균을 유익균으로 나쁜 영향을 주는 세균을 유해균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별다는 영향을 주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는 중간균도 있습니다. 이들의 복잡한 영향과 공생을 이루는 생태계를 미생물(microbe)와 생태계(biome)의 합성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합니다. 생태계라고 부르는 이유는 환경, 면역, 영양 등등의 요소에 매우 민감하게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인간 내 미생물의 생태계 마이크로바이옴 (출처 https://www.niehs.nih.gov/health/topics/science/microbiome/index.cfm)

    상재균으로 구성된 정상 세균총이 유지만 된다면 

    우리 몸에는 항상 균이 있다고 봐야합니다. 피부, 위장관, 구강과 호흡기, 비뇨생식기 거의 대부분에는 항상 균이 있습니다. '항상 있는 균'이라고 해서 '상재균'이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의 상재균은 우리 몸에 영향을 주지 않는 중간균이거나 좋은 영향을 주는 유익균입니다. 유익균의 좋은 영향은 비타민 등 특정 영양소를 만들거나 소화 흡수를 돕고 대사를 돕는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우리 몸에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균, 유해균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유익균이 만든 대사 물질이 유해균을 직접 억제하기도 하고 (유산균의 산성, 피부의 약산성이 이런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의 제한적인 땅(숙주 세포의 수용기나 영양분)을 유해균과 경쟁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익균이 충분하다면, 상재균인 정상 세균총이 유지만 된다면, 유해균은 설 땅이 없을 것입니다. 

     

    정상 세균총은 왜 무너지나

    그럼 정상 세균총은 언제 무너질까요? 물론 숙주세포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상처 등으로 방어벽이 무너지면, 그동안 아무 영향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상재균 속 중간균이 병원균으로 돌변하여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기회감염'이라고 부릅니다. 황색포도상구균이나 여드름균 P. acnes에 의한 기회감염은 자주 봅니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아이러니하게도 유해균을 죽이려고 사용한 '항생물질'을 통해서 정상 세균총을 무너뜨린 경우입니다. 의도적이거나 의도적이지 않거나 항생물질을 쓴다는 것은 유해균을 죽이는 것 뿐만 아니라 정상 세균총을 무너뜨리는 것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상 세균총이 무너지는 것은 다시 유해균에게는 기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항생 물질을 쓰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서두에도 말했듯이 인간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약이기 때문에 꼭 필요할 때는 써야합니다. 하지만 병원균이라는 유해균은 정상 세균총이 무너질 때 증식 침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정상 세균총에 대한 보존 관리가 평소에 더 신경써야하는 부분입니다. 또한 쓸데없는 항생물질은 피하고 (의약품 항생제 남용보다 가축이나 양식 수산물의 항생제가 더 심각한 듯) 항상 유익균이 더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합니다. 다양한 품종의 유익균이 무성하게 자라야만 한두번의 재해로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생태계, 마이크로바이옴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먹거리에 더 신경써야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