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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열이 많은데 홍삼이나 인삼 먹어도 되요?치료실에서 하고 싶은 말들 2024. 2. 21. 16:05
벌써 설날도 훌쩍 지났습니다. 설날 명절 선물로 홍삼을 많이 주고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한의원에서도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값비싼 홍삼을 받았는데 저는 먹어도 될까요?'입니다. 흔히들 본인은 열이 많은 체질인데(젊었을 때 기억일 수도 있겠지만) 인삼을 먹으면, 홍삼을 먹으면 건강에 해가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을 하십니다. 이번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한약재이자 건강기능식품인 인삼, 홍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Panax Ginseng = 만병통치약
인삼의 학명은 'Panax Ginseng'입니다. Panax의 어원을 풀어보면 'Pan-' + 'Axos'로 'Pan-'은 '모든'을 의미하고 'Axos'는 '치료하다'는 의미로 쉽게 말해서 '만병통치약'이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학명이 붙은 것에는 임상적 의미도 있겠지만 약용 성분 분석으로 봐도 흔히 다른 약재에 있는 사포닌(saponin) 약리 성분의 종류가 1~2가지인 것에 반해 인삼은 30~40종의 사포닌 성분을 가지고 있을 정도 그 종류와 양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인삼에 들어있는 사포닌 성분을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입니다.
음(-)과 양(+)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인삼
인삼의 사포닌 성분들을 크게 나누어 보면 PPD 계열과 PPT 계열로 볼 수 있습니다.(복잡한 이름은 빼죠) PPT 계열에는 중요한 Rg1을 비롯한 Rg2, Re, Rh1 등이 있으며 PPD 계열에는 중요한 Rb1, Rg3 을 비롯한 Rb2, Rc, Rd, Rf2, Rh2 등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PPT 계열의 사포닌의 효능은 '흥분, 촉진, 혈행'에 집중되었습니다. (예로 Rg1은 중추신경 흥분효과, 항피로효과, 면역활성 증진효과, 항혈전효과 등) 반면에 PPD 계열의 사포닌의 효능은 '안정, 진정, 억제'에 집중되어있습니다. (예로 Rb1은 중추신경의 억제 및 진정효과, 항불안효과, 진통 등) 한의학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음(-)'과 '양(+)'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약재입니다. 흥분과 진정을 다 가지고 있으면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 있지만 이들의 역활은 인체의 '항상성'을 벗어난 '과도한 흥분'과 '과도한 처짐 고갈' 상태를 정상화시켜주는 훌륭한 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배당체 구조의 사포닌을 소화흡수시키기 위해 찜
문제는 이런 균형된 성분들을 '어떻게 골고루 잘 흡수하는 것'입니다. 사포닌은 당의 결합된 형태인 '배당체' 구조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분해가 되지 않고 장내미생물의 도움을 받아야만 분해흡수될 수 있습니다. (소화되지 않는 식이섬유를 분해하는 장내미생물로부터 비타민K와 같은) 이런 '장내미생물의 분포'는 사람, 체질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인삼을 먹고도 반응에 차이'가 나타납니다. 특히 '안정, 진정, 억제'를 시키는 PPD 계열을 잘 흡수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한의학에서는 '양인(陽人)'의 체질을 가졌다고 합니다.(육식이나 고열량 위주의 음식섭취 스타일에 따른 장내미생물 조성의 차이라고 보여지기도 합니다.) 초창기 우리나라 국적기에서 '인삼차'를 처음 복용한 서양인들이 비행기에서 매우 더워하고 답답하고 두통에 안절부절 못한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는데 '양인' 체질의 사람이 인삼을 먹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PPD 계열의 사포닌의 소화흡수를 위해서 '여러 번 찌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대표적인 인삼 한약인 '경옥고'가 정확한 체질의 감별없이 장기간 오래 복용할 수 있는 이유가 인삼을 찌고 쫄이는 처리를 반복해서 PPD 계열 사포님의 분해 흡수를 도왔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많이 접하는 홍삼 역시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대중을 상대로 큰 부작용 없는 건강기능식품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전에 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로 있는 사촌형으로부터 정관장의 연구비지원으로 인삼의 약용성분을 이용하는 임상실험을 하는데 성분으로 추출한 진세노사이드은 너무 강해서 효과와 부작용이 둘 다 심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 염증성 피부질환이 있는 분들에게도 비교적 인삼 홍삼은 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염증성 피부질환을 가진 분들의 체질 중 양인이 많기도 하고 아무래도 면역반응의 과항진으로 인한 불편함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양을 고루 갖추고 있는 약이지만 일반적으로 한의학에서는 인삼이나 홍삼은 모두 '기본적으로 과로, 노화, 고갈 등으로 인하여 인체의 모든 대사기능이 처진 분들에게 기력을 끌어올리고 면역을 올리고 진액을 보충시키는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활동량이 부족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에게는 기력저하 피로감만으로 홍삼 인삼을 복용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머리나 상체 쪽으로만 기혈이 몰릴 수 있기 때문에 (두통 불면 항강 등) 하복부 쪽으로 순환을 돕는 복령과 인삼의 양적 효능을 중화시키고 음적 효능을 보충해주는 생지황이 들어간 '경옥고'를 드시는 것이 그냥 인삼 홍삼보다는 훨씬 좋아보입니다. (물론 체질별 증상별 처방을 받는 것이 더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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