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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향기는 과연 인간을 위해서? 식물 향기 성분의 의미는?치료실에서 하고 싶은 말들 2024. 2. 25. 00:42
가끔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는 인간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믿는 분들이 계십니다. 지구 생명체들의 존재 의미가 인간에게 식량, 영양분, 공기 등 유용한 무언가를 공급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다른 생명체를 인간에 비해 매우 낮게 보고 식물 따위에서 뭐 중요한 것이 있어 풀뿌리 달여 먹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겠냐고 격하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그들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진화해왔으며 그들이 생성하는 여러가지 물질은 바로 이 목적을 위해서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약재에서 식물의 화학성분,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을 활용하는 것 역시 식물의 이러한 목적을 알면 더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이번에는 식물의 향기 성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이것이 치료나 요법에서 어떻게 활용되지는 살펴보겠습니다.
뿌리, 잎, 줄기의 향기는 '가라앉히고 죽이는 효과'
식물의 향기는 대부분 정유(방향유, essential oil)라는 기름에서 발생합니다. 식물이 이런 정유을 만들어서 향기를 뿜는 이유는 단순하게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는 아닙니다. 우선 뿌리나 잎, 줄기에 있는 향기 성분은 포식자나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성분입니다. 전에 베르베린 성분을 가지고 있는 황련, 황백에서도 살펴봤듯이 습한 땅 환경에서도 세균, 곰팡이 등의 미생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강력한 항세균, 항바이러스, 항진균작용을 가진 성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https://jwonk96.tistory.com/entry/berberine ) 또한 쥐나 새, 벌레가 뿌리나 줄기, 잎을 파먹지 못하도록 이러한 포식자가 싫어하거나 흥분을 안정시키는 성분도 가지고 있습니다. 계피나 방풍에 많이 들어있는 방향성 성분 중 '쿠마린(coumarin)'은 흥분해서 날뛰는 두더지, 쥐 등의 포식자들이 뿌리나 줄기가 손상될 때 방출되는 이 향기를 맡으면 그 흥분이 가라앉고 안정되게끔 합니다. 실지로 쿠마린은 오늘날에도 쥐약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혈액의 항응고작용을 활용합니다.) 고기나 회에 많이 싸먹는 깻잎의 '페릴알데하이드(perillaldehyde)'도 항균, 항바이러스 작용이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식물들끼리도 너무 가깝지 않고 일정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향기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숲에서 맡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우리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트레스를 낮추고 수면을 좋게 하기도 하고 벌레퇴치제로 활용되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차잎을 달여 먹는 차 역시 마음의 안정을 주는 이유가 이해되실 것입니다.
피톤치드를 통해서 포식자를 안정시키고 미생물을 방어하고 개체간의 간격을 유지 (출처 - Biofit) 꽃의 향기는 '성적 흥분시키는 효과', 과일의 향은 '소화가 잘 되는 효과'
식물의 꽃은 잎, 줄기, 뿌리와는 반대로 나비와 벌, 새를 끌어당겨서 몸을 비벼서 암술과 수술, 암꽃과 수꽃이 교배되어 수정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일종의 '페로몬'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꽃향기의 향수를 쓰면 좋은 느낌을 받고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성욕 저하, 성기능 저하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정유 성분을 약용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과일에 있어서는 중요한 것이 과일 속에 있는 씨앗을 멀리 퍼트릴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식물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새나 동물이 과일을 먹고 소화를 잘 시킨 후 멀리 가서 배설로 씨앗을 배출해야합니다. 그래서 과일의 향은 소화를 돕습니다. 우리가 과일을 보거나 생각하면 입에 침이 고이는 것도 마찬가지고 식후 디저트로 과일을 먹는 것도 소화에 도움이 됩니다. 그 예로 뷔페나 고급 중국요리집 디저트에 많이 나오는 '리치'라는 과일은 '용안육'이라는 이름으로 소화를 돕는 한약재로 활용됩니다.
'피톤치드가 인간에게 과연 유익한가'라는 기사를 본 적 있습니다. 숲에서 인간에게 건강하라고 피톤치드를 뿌리는 것이 아닙니다. 피톤치드는 나무들이 목적성을 가지고 생성한 것이고 인간은 그것을 활용할 뿐입니다. 가만히 고정되어서 사는 식물은 접근하는 곤충, 포식자나 세균, 곰팡이 등으로부터 도망갈 수도 없고, 암꽃과 수꽃을 만나게 할 수도 없고, 암술과 수술도 붙게 할 수 없고, 씨앗을 스스로 멀리 퍼트릴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향을 이용해서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를 퇴치하고 흥분하고 날뛰는 포식자를 안정시키고, 교배에 도움이 되는 곤충을 유혹하고, 씨앗이 들어있는 맛있는 과일을 먹고 소화 잘 시키고 멀리 이동 후에 씨앗을 배출시킬 수 있도록 만듭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식물의 정유 성분를 활용하는 것이 한약재이고 생약성분입니다. 이러한 식물의 화학성분,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 오늘날에도 약리적으로나 영양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이유도 식물이 생존 본능을 위해서 수억년간 만들어온 물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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